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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itary : 밀리터리/전략

'망치와 모루' 전술 [Hammer and Anvil Tactic]


치와 모루전술(Hammer and Anvil Tactic)은 인간이 사용한 전술중 가장 역사가 깊고 기본적인 전술중 하나이다.

아무리 강한 쇠라 할지라도, 단단한 모루에 두고 망치로 두드리면 버텨낼 수 없다는게 이 전술의 착안점인데, 단단하게 버텨주는'모루'와 우회기동을 통해 적의 측후방을 공격해 와해시키는 '망치'가 이 전술의 구성이다.

다만 같은 병력끼리 조우했을때, '망치'와 '모루'로 병력을 분산시키면 적과 직접 대면하는 모루부분의 전투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때문에 이 전술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모루부분의 지휘관의 역량, 모루에 서게되는 병사들의 수비력과 베테런시가 굉장히 중시된다. 이를 간파하고 효과적으로 망치와 모루전술을 이용해 승리한 가장 첫 전투는 마라톤전투라고 기록되고있다.


-호플리테스


고대 그리스의 군대는 호플리테스라고 불리는 중장보병으로 대표된다. 밀집한 호플리테스들이 방패를 들고, 긴 창으로 상대를 겨누며 진군하는것. 이것은 굉장히 방어에 특화된 전술이였고, '모루'역할을 수행하기에 알맞았다.

호플리테스로 이루어진 모루가 페르시아 보병대의 주력과 맞서는 동안, 아테네군 양익에 있었던 주력부대(망치)가 적의 양익에 배치되었던 궁병대와 이들를 방어하기위한 방패부대를 붕괴시켰고, 사상자수 200:6400의 대승리를 거두게 된다. (마라톤전투도 할 얘기가 많은데 추후 포스팅하겠다)

하지만 이 시대의 망치와 모루 전술에선 망치와 모루 모두 보병으로 이루어져 그 효과를 극대화 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망치'와 '모루'. 단단한 모루에 올려놓고 망치로 두드리면 단단한 쇠도 별 수 없다.



망치와 모루전술을 기병-보병의 합동전술로 발전시킨 인물은 필리포스 2세이다. 필리포스 2세는 그 유명한 팔랑스를 만든 사람으로 알려져있는데, 이들은 고대 그리스의 창에 두배 이상인 6m에 달하는 긴 창(사리사)로 무장했다.


-팔랑스의 방진. 최전방 뿐 만 아니라 뒤의 병사들도 함께 공격한다.


너무나도 무겁고 긴 창때문에 기존 호플리테스의 큰 강점이였던 방패를 포기해야했지만 2열, 3열, 4열, 5열의 병사들도 함께 공격하게 되면서 전투력은 오히려 상승했고, 어마어마한 비주얼과 위압감으로 상대방의 사기를 꺾을 수 있었다.

엄청난 전투력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몇가지 존재했는데, 먼저 대열이 무너지면 촘촘했던 창 사이에 빈틈이 생겨 효율이 급감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한정되었고, 전진 속도가 느린것은 물론, 진격 방향의 전환도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측면에서의 공격에 매우 취약해졌는데, 필리포스 2세는 이러한 단점들을 강력한 기병대를 양성하는것으로 보완했다. 이때 양성된 기병으로는 왕을 호위했던 귀족출신의 정예 기병대, 헤타이로이(컴패니언)가 대표적이다.

-헤타이로이는 게임 '문명'에도 구현되어있다. 측면공격보너스가 좋은것은 '망치'역할임을 참고한듯.


필리포스 2세는 이러한 군사적 발전을 이룩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그리스를 정복한 뒤 암살당한다. 이에 세계정복은 그 아들인 알렉산드로스 3세에게 넘겨진다. 훗날 그는 망치와 모루등을 비롯해 전략/전술에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도 유명해지니 생략. 

결과적으로 마케도니아의 팔랑스와 기병대를 이용한 망치와 모루 전술은 로마의 레기온에 의해 패배, 자취를 감추었다. 




-망치와 모루 / 포위공격의 효과. 

하지만 포위해서 섬멸한다는 기본적인 아이디어 자체는 매우 효과적인 것이여서, 동수간의 전투에서 포위된쪽은 실제 전투가능인원이 감소하고 순간적으로 적과 대면한 병사는 1:1.5 이상의 싸움을 해야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또한 실제 전장에서 포위당했을때 병사들의 패닉, 지휘의 제한, 통제의 장애를 생각해보면 단순 수적 비교외에도 포위공격에 성공한쪽이 승기를 잡을 요인은 아주 많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전장에 적용하는 전술인 '망치와 모루'전술은 곧 카르타고의 한니발에 의해 발전되고, 그의 적 로마제국에 의해 더 다듬어진다. 이후 비잔틴, 1/2차 세계대전, 걸프전 등등 냉병기시대 뿐 만 아니라 거의 모든 시대에거쳐 여러 상황에 적용된다.

'망치와 모루' 전술은 인간에게 가장 오랫동안 애용된 전술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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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12. 스페인vs이탈리아 경기에서 다시 재현된 카테나치오


굳이 따져보면 수비를 단단히 잠궈놓고 순식간에 역습하는 이탈리아 축구, 카테나치오 역시 축구장에 구현된 일종의 망치와 모루 전술이라 볼 수 있겠다.